gmjiansun 님의 블로그

과학 비하인드 이야기.

  • 2025. 8. 21.

    by. gmjiansun

    목차

      율리아나 모레나

       

      13세기 유럽은 학문이 교회와 귀족 계층에 의해 독점되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여성은 교육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웠고, 과학 연구는 거의 전적으로 남성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항구 도시에서 태어난 율리아나 모레나는 이러한 제약을 극복한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부친이 상인으로서 동방과 서방을 오가며 약재를 거래한 덕분에 다양한 식물과 약초를 접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그녀는 집 근처 야산과 습지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관찰하며 성장했습니다. 공식적인 의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수도원 도서관의 사서와 친분을 쌓아 라틴어를 익히고, 고전 의학서와 식물학 문헌을 몰래 빌려 읽었습니다. 또한 여행자와 상인들로부터 중동,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에서 쓰이는 약초의 효능을 기록하며 지식을 확장했습니다. 그녀의 학문적 출발은 비공식적이었지만, 그 깊이와 폭은 동시대 남성 의사들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약초학 연구와 독창적인 치유법

       

      율리아나 모레나의 연구 핵심은 약초학이었습니다. 그녀는 로마 시대의 ‘플리니우스 자연사’와 아랍 의학의 거장 아비센나의 ‘의학정전’을 참고하면서도, 책 속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지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효능을 직접 실험하고 비교하여, 지역 환경에 맞춘 새로운 치유법을 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산타 루치아 풀’은 눈의 피로와 각막염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었으며, 그녀는 이를 우려낸 차와 찜질약으로 병행 사용했습니다. 또한, 올리브 잎을 건조 후 분말로 만들어 열병 환자의 피부에 바르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이는 오늘날 항균 성분인 ‘올레우로페인’의 효능과도 연결됩니다. 그녀는 약초의 수확 시기, 보관 방법, 혼합 비율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는 점을 세밀하게 기록했습니다. 특히, 달의 주기와 계절별 기후 변화가 식물 성분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여, 이를 채집 지침에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세부 연구는 당시의 약초학이 단순한 경험적 처방에서 과학적 체계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자연철학과 약초학의 융합

       

      율리아나는 약초를 단순히 치료 수단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식물과 자연 현상을 ‘하나의 거대한 질서’ 속에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이는 당시 유럽 학계에서 논의되던 자연철학의 흐름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녀는 식물 성장과 별자리 위치, 기후 패턴의 관계를 분석하며, 특정 별자리가 하늘에 떠 있는 시기에 채집한 약초가 더 강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관찰은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현대 과학에서는 계절·일조량·토양 성분이 식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로 해석됩니다. 그녀는 ‘식물은 하늘의 언어를 땅에 번역하는 존재’라는 철학적 문장을 남겼는데, 이는 자연과 인간, 우주의 조화를 중시하는 세계관을 잘 보여줍니다. 율리아나의 연구는 의학과 철학, 자연 관찰을 결합한 융합 학문이었으며, 이는 후대 생태학적 사고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기록과 전승, 그리고 여성 과학자의 한계

       

      율리아나는 자신의 연구를 라틴어와 지방어 두 가지로 기록했습니다. 라틴어 버전은 귀족과 학자, 수도원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제작했으며, 지방어 버전은 농민과 여성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단순화했습니다. 그녀의 약초 도감에는 식물의 그림, 채집 위치, 효능, 조제법, 금기사항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세 사회에서 여성 학자의 지위는 매우 취약했습니다. 그녀가 집필한 일부 필사본은 남성 의사의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일부는 ‘익명 저자’로 전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그녀의 업적은 오랫동안 가려졌습니다. 다행히 19세기말, 이탈리아 북부의 한 수도원에서 발견된 필사본에서 그녀의 서명과 연구 노트가 확인되었고, 이를 통해 실존 인물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었습니다. 이러한 복원 과정은 중세 여성 과학자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율리아나 실존한 중세 여성 과학자

      오늘날에 남긴 유산과 재조명

       

      오늘날 율리아나 모레나는 중세 여성 과학사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약초학 연구는 현대 천연물 의학, 식물 생리학, 생태학 연구에 중요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지역 식물의 효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방법은 현대 ‘로컬 약학’ 분야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일부 대학에서는 그녀의 철학과 연구 방법을 재현하는 강의가 개설되었고, 지역 축제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딴 약초 치유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또한 환경 운동가들은 그녀의 “자연과 인간의 균형”이라는 철학을 현대 기후 위기 담론에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율리아나의 생애는 단순히 약초학의 발전사가 아니라, 사회적 제약을 넘어 학문적 진실을 탐구한 한 여성의 용기와 지적 열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비록 그녀의 이름이 오랫동안 잊혔지만, 이제 그녀는 과학과 철학, 그리고 자연을 연결한 선구자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