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레비 몬탈치니, 역경을 넘어 신경세포의 비밀을 밝힌 여성 과학자

 

 

어린 시절과 여성에 대한 제약

 

리타 레비 몬탈치니는 1909년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이탈리아 사회는 여성의 학문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으며, 특히 과학 분야는 남성 중심의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아버지는 딸이 학자가 되는 대신 가정을 꾸리길 원했지만, 리타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뇌와 신경 체계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반대를 설득하며 의학 공부를 시작했고, 이는 훗날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의 용기는 이후 연구 인생을 관통하는 중요한 태도가 되었습니다.

 

의학 연구와 전쟁의 그림자

 

리타는 토리노 대학 의학부에서 신경학을 전공하며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1930년대 후반 이탈리아에 파시즘과 인종차별 정책이 퍼지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연구실과 강단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그녀는 대학 연구실에서 쫓겨난 뒤에도 과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방 한 칸을 실험실로 개조하고, 달걀을 이용해 신경세포 성장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전쟁과 차별의 한가운데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의 집념은 과학사에서 독보적인 사례로 기록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녀가 “나는 실험할 권리를 빼앗길 수는 있어도, 생각할 자유까지 빼앗기지는 않는다”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전환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리타의 독창적 연구는 해외 학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 대학교에서 초청을 받아 연구를 이어가게 되면서 그녀의 학문적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녀는 세포학자 스탠리 코헨과 협력하여 신경세포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달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물질, 즉 **신경성장인자(Nerve Growth Factor, NGF)**의 존재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NGF는 신경세포가 생성되고 연결되는 과정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신경생물학의 지평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신경성장인자의 발견과 의미

 

리타 레비 몬탈치니가 발견한 신경성장인자는 단순히 뇌과학 분야의 발견을 넘어, 생명과학 전반에 혁명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NGF는 신경계의 발달 과정뿐 아니라 손상된 신경 회복, 신경질환의 치료 가능성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의 초석이 되었고, 이후 다양한 의학적 응용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녀가 당시 밝혀낸 메커니즘은 현대 생명과학 교재에 기본적으로 실릴 정도로 보편적인 지식이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혁신적 발견이었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과 세계적 명성

 

1986년, 리타 레비 몬탈치니는 스탠리 코헨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여성 과학자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사례는 많지 않았기에, 그녀의 업적은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사회적 상징성까지 지녔습니다. 이 수상은 단순히 개인의 연구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정치적 탄압과 사회적 차별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포기하지 않은 집념의 승리였습니다. 당시 많은 언론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 과학자’로 소개하며, 과학계에서 소외받던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학문을 사회와 연결하다

 

리타는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연구와 교육에 힘을 쏟았을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과학자의 중요한 역할로 여겼습니다. 그녀는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소외 지역에서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상원의 종신 의원으로 활동하며 과학정책과 사회적 정의에 관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녀에게 과학은 실험실 안에 머무는 지식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도구였던 것입니다.

 

나이와 상관없는 연구 열정

 

리타 레비 몬탈치니의 연구 열정은 나이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녀는 90세가 넘어서도 매일 연구실에 나와 후배들과 실험 결과를 논의했고, 100세를 넘어서는 나이에도 학술회의에 참석하며 학문적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과학에 대한 사랑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평생의 소명임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그녀는 10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했습니다.

 

잊히지 않을 과학적 유산

 

리타 레비 몬탈치니의 업적은 단지 신경성장인자의 발견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녀는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과학적 진리를 탐구한 집념의 상징이며, 과학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본보기입니다. 또한 여성 과학자의 존재를 드물게 받아들이던 시대에 과학사의 전면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며 후대 여성 연구자들에게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과학적 성취와 사회적 책임,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오늘날 신경과학과 의학의 수많은 연구는 여전히 그녀의 발견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이는 리타 레비 몬탈치니가 인류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