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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서 온도를 읽는 법
우리는 매일 여러 방법으로 ‘온도’를 느낍니다. 손으로 물건을 만져서 따뜻한지 차가운지 판단하고, 창문에 맺힌 서리나 김이 서리는 것을 보고 계절을 가늠합니다. 음식이 익었는지 뜨거운지 손등으로 대략 확인하기도 하고, 아이가 아프면 이마를 손으로 짚어 체온을 가늠하기도 하죠. 이런 ‘감각적 온도 판정’은 빠르고 직관적이지만 정밀하지 않습니다. 생활에서 온도를 정확히 알기 위해 발명된 도구들이 바로 온도계이며, 그 발전사는 물리·화학 이론과 여러 과학자의 연구가 맞물려 있는 흥미로운 역사입니다.
초기의 ‘온도 감지기’ — 열을 보여준 장치들
온도를 계량화하려는 시도는 16세기·17세기 유럽에서 시작됩니다. 갈릴레오(혹은 동시대의 주변 인물들)는 기압과 온도 변화로 유체가 오르내리는 원리를 이용한 ‘thermoscope(열감지기)’를 만들었고, 이 기구는 온도의 차이를 보여주었지만 아직 숫자 척도가 없었습니다. 이후 밀봉된 유리관에 액체를 넣어 대기압 영향을 줄이고 척도를 붙이는 시도가 이어졌고, 봉인형 액체 온도계의 발전으로 ‘온도를 수치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리관·수은 온도계와 스케일의 탄생 — 파렌하이트와 섭씨
18세기 초, 다니엘 가브리엘 파렌하이트(Daniel Gabriel Fahrenheit)는 현재 널리 알려진 ‘수은-유리’ 형태의 온도계를 완성하고, 그의 이름을 딴 온도눈금을 만들었습니다. 파렌하이트의 장점은 수은의 넓은 액체 온도 범위와 우수한 선형성으로 눈금이 안정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이후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는 1742년에 물의 끓는점과 어는점을 기준으로 한 눈금을 제안했는데, 초창기엔 현재와 반대로 0이 끓는점, 100이 어는점으로 제시되었다가 이후 뒤집혀 오늘날의 섭씨(℃)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눈금과 장치의 발명은 일상과 과학에서 ‘온도’가 표준화된 계량 단위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절대온도와 열역학적 기초 — 켈빈 스케일
19세기에는 온도의 물리적 의미를 더 깊이 규정하려는 노력이 진행됩니다. 기체의 팽창과 열역학적 원리를 통해 ‘절대 영도(absolute zero)’의 개념이 도입되었고,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 후에 로드 켈빈)은 카르노 이론과 기체 팽창 자료를 바탕으로 절대온도 척도의 필요성을 제안했습니다. 켈빈 온도는 열역학적 과정과 에너지 개념으로부터 도출되는 온도로, 현대 열역학과 정밀 온도 측정의 기초가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켈빈의 개념이 국제 온도 기준과 과학적 정의의 바탕이 됩니다.
온도계를 움직이는 물리·전자 원리들 (원리별 정리)
온도계를 분류하면 그 동작 원리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대표적인 원리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액체 팽창형(유리관 온도계): 액체(수은 또는 알코올)가 온도 상승에 따라 체적이 증가하고 좁은 관을 따라 올라가는 현상을 이용합니다. 액체의 열팽창 계수가 안정적일수록 눈금은 정확해집니다.
• 기체 온도계(이상 기체 법칙 기반): 일정 압력이나 일정 부피에서 기체의 압력·부피 변화를 측정하여 온도를 유도합니다. 이론적으로 이상기체법칙(RT ∝ pV)을 이용해 절대온도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 열전쌍(thermocouple): 서로 다른 금속 두 가닥을 접합한 두 접점의 온도가 다르면 기전력(전압)이 발생하는 ‘세벡 효과(Seebeck effect)’를 이용합니다. 열전쌍은 반응 속도가 빠르고 고온 영역에서 강점을 가지며 산업용 센서로 널리 쓰입니다.
• 저항온도계(RTD, Platinum RTD 등): 금속의 전기저항이 온도에 따라 변하는 성질을 이용합니다. 특히 백금(Pt)은 온도에 대해 저항 변화가 안정적이고 재현성이 좋아 고정밀 측정에 사용됩니다. 초기 제안과 상용화에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의 연구자들이 기여했습니다.
• 서미스터(thermistor): 세라믹·금속산화물 등 반도체 재료의 저항이 온도에 의해 급격히 변하는 성질을 이용합니다. 비선형 특성을 갖지만 민감도가 높아 전자식 체온계·전자제어계에 자주 쓰입니다. 상업적 보급은 1930년대 상용화 이후 본격화되었습니다.
• 적외선(비접촉) 온도계: 물체가 방사하는 열복사(흑체 복사)를 검출하여 온도를 추정합니다. 플랑크의 법칙·스테판-볼츠만 법칙과 물체 표면의 방사율(emissivity) 개념이 핵심이며, 의료용 귓속 온도계나 공정용 비접촉 센서에 널리 쓰입니다.
집에서 만드는 간이 온도계 — 준비물·과정·보정(안전 주의 포함)
아래는 안전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알코올(색소) 기반 간이 액체-팽창 온도계 만들기 방법입니다.
• 준비물
1. 투명한 작은 유리병 또는 플라스틱 소형 생수병(뚜껑 포함)
2. 투명 플라스틱 빨대 1개(내경이 좁을수록 눈금 변화가 잘 보임)
3. 이소프로필 알코올(혹은 변성 알코올) 50~100ml — 수은은 절대 사용 금지
4. 식용색소(또는 잉크) 약간 — 액체 컬러링 용
5. 실리콘이나 점토(빨대와 병 사이를 밀봉할 용도)
6. 자, 영점용 얼음물(얼음+물), 끓는 물(보정용) — 끓는 물 사용 시 화상 주의
• 제작 과정(간단·가독성 있게)
1. 병에 이소프로필 알코올을 약 1/4~1/3 채우고 식용색소를 몇 방울 떨어뜨려 섞어줍니다(색이 진할수록 눈금 관찰 용이).
2. 빨대를 병 중앙에 넣고, 병뚜껑(또는 병 입구)을 실리콘·점토로 빈틈없이 밀봉합니다. 빨대 끝이 액면에서 조금 위로 나오도록 고정하세요.
3. 병을 세워 두면 알코올이 빨대를 타고 올라와 빨대 내부에서 액면이 보입니다. 이 높이가 ‘온도 지시’가 됩니다.
4. 보정(캘리브레이션): 얼음물을 준비(얼음+물 섞어 0℃에 가깝게)하고, 빨대 액면 위치를 자로 표시해 ‘0’ 눈금을 만듭니다.(표시: 마스킹테이프 + 유성펜) 이어서 끓는 물(주의!)에 넣어 올라온 액면을 표시해 ‘100’ 눈금을 설정하면 대략의 선형 눈금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 끓는점은 해발고도에 따라 차이 나므로 지역 고도에 따라 보정을 권장합니다.
5. 사용 시 주의: 직접 햇빛이나 화기 가까이 두지 말고, 유리병을 깨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이소프로필 알코올이 피부에 닿거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며, 어린이 실험 시 성인 감독이 필요합니다.
• 결과 해석 및 한계
원리는 액체의 열팽창으로 빨대 내부 액면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입니다. 가정용 간이 온도계는 반응 속도·선형성·정확도에서 상업용 정밀 온도계에 못 미칩니다. 또한 기포, 봉인 불량, 빨대 내 표면 장력, 액체 증발 등에서 오차가 생길 수 있으므로 ‘상대 측정’(예: 같은 장소의 온도 변화 비교) 용도로 사용하면 유용합니다. 수은 사용은 절대 금지 — 수은은 독성이 강해 가정 제작·실험에서 절대 다루지 마세요.
어떤 온도계를 언제 선택할까 — 응용과 관리 팁
간단한 규칙은 ‘목적에 맞는 정밀도’입니다. 요리나 실내 온도 감시에는 디지털 실내 온도계나 부엌용 디지털 온도계(저가형 서미스터 기반)로 충분합니다. 의료용(체온)은 검증된 의료기기, 산업 공정에는 열전대·RTD처럼 내구성과 고온 대응 능력이 있는 센서를 씁니다. 비접촉 방식은 표면 온도 측정에 편리하지만, 물체의 방사율을 고려해야 정확합니다. 관리 팁으로는 (1) 정기 보정, (2) 충격·습기 차단, (3) 보관 온도 범위 준수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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