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jiansun 님의 블로그

과학 비하인드 이야기.

  • 2025. 9. 29.

    by. gmjiansun

    목차

      전기차 배터리와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의 물리학

       

      전기차를 소유한 운전자라면 겨울 아침마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이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충분히 달릴 수 있었던 배터리가, 영하의 기온에서는 눈에 띄게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완충 후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빨리 충전 경고등이 켜지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운전자들은 겨울에 주행거리가 최대 40% 이상 줄었다는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 현상은 단순히 “추우면 배터리가 약해진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 속에는 전기화학, 열역학, 그리고 물리학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고, 관련 과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기술의 발전사를 살펴본 뒤, 일상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은 실험까지 소개하겠습니다.

       

       

       

      겨울이 배터리에 미치는 물리학적 영향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 이온이 오가면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 속의 확산 속도는 온도에 크게 의존합니다. 기온이 낮아지면 이온의 운동 에너지가 줄어들어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배터리 내부의 전기 저항은 커집니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전류를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저온에서는 전해질의 점성이 증가해 이온이 이동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로 인해 차량이 주행할 때 순간적으로 출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배터리가 충분한 전류를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저온 환경에서는 전극 표면에서 ‘리튬 도금’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삽입되지 못하고 금속 형태로 전극 표면에 쌓이는 것인데, 이는 배터리 용량 저하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됩니다. 실제로 북유럽이나 캐나다 등 혹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를 막기 위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혁명의 주역, 아키라 요시노의 이야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은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이며, 그 혁신적인 출발점에는 일본의 화학자 아키라 요시노(Akira Yoshino)가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리튬 금속을 직접 사용하는 배터리는 폭발 위험이 너무 높아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요시노는 위험을 줄이면서도 고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리튬 이온을 흡수·방출할 수 있는 탄소계 음극을 고안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반이 되었으며, 스마트폰, 노트북, 그리고 전기차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요시노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 주변의 많은 학자들이 그의 실험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는 수많은 실패 끝에 결국 안전하고 실용적인 배터리 구조를 확립했고, 이는 2019년 노벨화학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시노는 이후 여러 강연에서 “배터리는 언제나 온도라는 물리학적 장벽 앞에서 시험을 받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말한 장벽이 바로 오늘날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감소 현상의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의 원인

       

      전기차의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첫째, 온도가 낮아지면 리튬 이온의 이동이 느려져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방전 효율이 떨어집니다. 둘째,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에 활용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히터·열선·성에 제거 장치 등을 모두 배터리 전력으로 작동시킵니다. 겨울철 난방 소모 전력은 전체 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어, 주행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셋째, 겨울철 노면은 눈과 얼음으로 인해 마찰 계수가 변하고, 공기 밀도 역시 증가해 공기 저항이 커집니다. 작은 요소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합쳐져 눈에 띄는 주행거리 감소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전기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여름에 비해 약 20~40%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런 수치는 단순히 체감상의 불편을 넘어, 전기차 보급 확대에 있어 중요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생활 속 실험으로 확인하기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전기차 대신 우리가 늘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보조배터리로 대체 가능합니다.

       

      [준비물]

      완전히 충전된 스마트폰 2대 또는 보조배터리 2개

      냉장고 또는 냉동실

      타이머

       

      [실험 방법]

      1. 두 기기를 모두 100% 충전합니다.

      2. 하나는 실온에 두고, 다른 하나는 냉장고(약 4℃) 혹은 냉동실(–10℃ 이하)에 약 30분간 보관합니다.

      3. 이후 두 기기를 동시에 동영상 재생이나 게임 실행으로 전력을 소모시킵니다.

      4.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남은 배터리 잔량을 비교합니다.

       

      [예상 결과]

      냉장고에 두었던 기기는 배터리 소모 속도가 더 빠르거나,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가 추운 겨울날 경험하는 문제를 소규모로 재현한 결과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실제 과학적 원리를 눈으로 확인하는 흥미로운 체험이 됩니다.

       

       

       

      최신 연구와 기술적 대응

       

      전기차 제조사와 연구자들은 겨울철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예열 시스템은 충전 시 배터리를 미리 가열해 최적의 반응 조건을 유지하게 합니다. 또 최근에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고체 전해질은 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이어서 주행거리 감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난방 방식에서도 변화가 있습니다. 단순히 전기를 소비하는 히터 대신, 외부 공기에서 열을 끌어오는 열펌프 시스템이 도입되며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2025년 들어 일부 유럽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내부를 빠르게 덥힐 수 있는 ‘스마트 발열 필름’을 적용해, 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겨울에 빨리 줄어드는 과학적 이유

      물리학이 바꿀 전기차의 미래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전기차 대중화와 에너지 효율성 확보에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미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하나씩 찾아내고 있습니다. 아키라 요시노가 안전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시대를 열었듯이, 앞으로도 물리학과 화학의 발전은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넘어설 것입니다.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전기화학과 열역학, 그리고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끊임없이 시험받는 실험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 겨울에 줄어든 주행거리를 경험할 때, 그 뒤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를 떠올려 본다면 일상의 불편마저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