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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윷놀이부터 제기차기까지, 아이와 함께 떠나는 시간 여행
겨울이 깊어가던 어느 날, 조선시대 마을 어귀.
긴 밤을 견디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다.
누군가 나무토막 네 개를 던지고 “윷이다!”를 외치면, 아이들은 환호하고 어른들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이렇게 ‘윷놀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마을을 하나로 묶던 축제의 도구였다.
놀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 때우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전통 놀이는 조상들의 삶과 철학,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오늘 소개할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투호 등은 단순한 옛날 놀이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다시 체험하며 과거와 연결되는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1. 윷놀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윷놀이는 그 유래부터 흥미롭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 시대부터 존재했던 점술적 놀이였다고 합니다.
윷판 위에 놓인 말(馬)은 곡식과 가축, 사람을 상징하고, 윷짝을 던지는 행위는 한 해의 운세를 점치는 행위였죠.
윷짝 네 개는 각각 배의 안과 밖을 기준으로 도(1칸), 개(2칸), 걸(3칸), 윷(4칸), 모(5칸)를 나타내고,
이 다섯 가지는 각각 돼지, 개, 양, 소, 말을 상징합니다.
농경 사회였던 조상들에게 이 동물들은 생계를 책임지는 존재였고,
그래서 윷판에서 ‘모’가 나오면 풍년이 든다고 기뻐했죠.
윷놀이는 설날에만 하는 놀이로 생각되기 쉽지만,
사실 예전에는 마을 단위로 농사일이 끝난 뒤, 가을 추수를 마치고 즐기던 연례행사였습니다.
그래서 윷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공동체의 단합과 소망을 담은 의례였던 셈입니다.
2. 제기차기, 무사들이 몸을 훈련하던 놀이였다?
가볍게 제기를 차는 모습은 요즘 아이들에게 ‘심심풀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유래를 들으면 조금 놀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기차기의 뿌리는 고려 시대 무사들의 훈련법에 있습니다.
당시 무사들은 발재간과 균형감을 기르기 위해 가죽 주머니에 쇠구슬이나 곡물을 넣어 공처럼 차며 훈련했다고 해요.
그 모습이 지금의 제기차기로 발전한 것입니다.
또한 겨울철 실내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놀이였기 때문에,
궁중에서도 왕자들이 즐기며 신체 능력을 단련했다고 합니다.
그 흔적은 <동국세시기>, <조선왕조실록> 같은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제기는 주로 닭털과 천으로 만들었는데, 닭은 잡귀를 쫓는 의미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기를 많이 차는 것은 복을 부른다는 의미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3. 투호와 팽이, 궁중과 마을을 넘나든 놀이
투호는 화려한 궁중 연회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대표적인 전통 놀이입니다.
긴 항아리에 화살처럼 생긴 나무 막대를 던져 넣는 투호는 단순한 정확성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마음을 가다듬는 인내심과 예절’을 기르는 놀이로 평가받았기 때문이죠.
왕이나 왕비는 손님 접대 때 이 놀이를 통해 품격 있는 여흥을 즐겼고,
민가에서도 간이형 투호를 만들어 마을 아이들이 겨울 놀이로 즐겼습니다.
팽이치기는 겨울 강가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놀이였어요.
실을 감은 나무팽이를 얼음판에 던지고, 채찍으로 돌리며 누가 오래 버티는지 겨루는 놀이였죠.
팽이는 자기중심을 잃지 않으면 계속 돌아간다는 철학적 의미로도 해석돼요.
조선의 성리학자들이 팽이를 수양의 도구로 언급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4. 어디에서 아이와 함께 전통 놀이를 체험할 수 있을까?
전통 놀이의 가치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활용사업, 지자체 박물관, 전통문화관 등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특히 전통문화 콘텐츠 기획 전문기관인 ㈜컬처 앤 로드에서는 지역 문화재를 활용한 놀이 콘텐츠를 기획·운영해 왔습니다.
정기적으로 ‘문화유산 야행’, ‘전통놀이마당’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놀이를 통해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단, 컬처 앤 로드의 상설 프로그램은 아니며, 계절별/지자체별로 운영되므로 홈페이지
또는 각 지자체 문화관광과의 안내를 꼭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5. 전통 놀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다
최근에는 전통 놀이를 현대 교육이나 여가활동에 접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 초등학교 체육 시간에 윷놀이를 도입하거나,
- 지역 도서관과 문화센터에서 가족 단위 제기차기 교실을 열기도 하고,
- 유튜브에서는 어린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팽이치기 챌린지를 소개하면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죠.
전통 놀이는 이제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와 과거를 잇는 가교이자, 세대 간 공감을 만들어내는 문화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통 놀이, 놀이 그 이상의 유산
윷놀이나 제기차기를 하면 단순히 웃고 즐기기만 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조상의 지혜, 가족의 유대, 공동체의 온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번 주말, 스마트폰 대신 윷짝을 쥐고, 제기를 손에 들고
아이와 함께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그 짧은 놀이 한 판이, 아이에게는 잊지 못할 문화유산 체험이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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