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jiansun 님의 블로그

gmjiansun의 문화유산이야기.

  • 2025. 7. 5.

    by. gmjiansun

    목차

       

       

      사찰은 사라졌지만 석탑은 남았다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에 위치한 **진전사지(眞田寺址)**는

      현재 사찰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삼층석탑 한 기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폐사지입니다.

      그러나 이 탑은 결코 흔한 석탑이 아닙니다.

      국보 제122호로 지정된 이 삼층석탑은 고려 초 석탑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비록 절터는 텅 비었지만 이 탑 하나만으로도 진전사의 위상을 짐작케 합니다.

       

      탑이 서 있는 주변은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여,

      마치 돌 속에 시간이 응축된 듯한 고요함이 감돕니다.

      경주 불국사, 부여 정림사지처럼 유명한 절터와는 다른,

      고요하지만 강한 존재감이 진전사지 삼층석탑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름조차 잊힌 절, 진전사의 정체를 추적하다

       

      진전사는 고려 시대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창건 연대나 창건자조차 전해지지 않습니다.

      ’ 진전(眞田)’이라는 이름 역시 유래가 분명치 않아,

      일부 학자들은 이 지역이 ‘참된 밭’ 혹은 ‘신성한 들’이라는 풍수적 이름에서 유래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현재까지 진전사에 대한 문헌 기록은 희박하지만,

      탑의 양식과 발굴 유구로 미루어보면 고려 초기 불교가 국가적 후원을 받던 시기,

      이곳에도 꽤 규모 있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의 발굴조사에서는 탑의 기단 아래에서 불상 파편, 기와 조각, 금동 사리고 일부가 발견되었고,

      이 유물들은 모두 인근의 진전사지 유물전시관에 보관·전시되고 있습니다.

      기록은 사라졌지만, 돌과 흙이 남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진전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단아함의 극치 – 고려 석탑의 조형미를 엿보다

       

      진전사지 삼층석탑은 고려 전기 석탑 양식의 정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전체 높이 4.36m의 이 석탑은 기단과 탑신, 옥개석 모두 균형 잡힌 비례를 갖추고 있으며,

      각 층의 옥개석 곡선은 부드럽고 단정하게 처리되어 무게감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조형미를 드러냅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1층 몸돌에만 문비(門扉) 조각이 새겨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 문비 조각은 탑 안에 불사리를 봉안했음을 상징하며,

      고려 시대 불탑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성스러운 건축물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탑신과 옥개석이 한 덩어리로 제작된 듯 정밀하게 맞물려 있으며,

      기단부 역시 화강암을 정교하게 다듬어 안정감 있는 인상을 줍니다.

      겉으로는 소박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고려 장인의 치밀한 계산과 깊은 신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전시관에서 만나는, 탑 아래의 이야기

       

      석탑 바로 인근에는 **‘진전사지 유물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소규모 유물 전시공간을 넘어,

      탑의 발굴 과정, 유물의 정리·복원, 고려 불교문화의 특징 등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전시관에는 실제로 탑 주변에서 출토된 기와 조각, 토기, 철제 공양구, 소형 불상 파편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사리장치로 추정되는 유리구슬과 금동 편은

      당시 불탑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종교적 중심이었음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입니다.

       

      또한 전시관에서는 탑 구조를 모형으로 재현한 교육 영상,

      탑신 내부 3D 모사, 고려 불교미술에 대한 해설 패널 등이 있어

      학생,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흥미로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관광지보다 ‘사유 공간’으로서의 가치

       

      진전사지는 인파로 붐비는 유명 사찰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지녔습니다.

      이곳엔 상업시설도, 화려한 조명도, 소음도 없습니다.

      오직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오래된 돌 하나가 남긴 시간의 무게만이 존재합니다.

       

      이 탑을 마주하면, 자연스레 말수가 줄고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사진을 찍기보다, 오래 바라보고 싶은 곳입니다.

      탑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전시관은 작지만 진심이 있고,

      전체 공간은 작지만 **정신적인 깊이가 남다른 ‘사유의 장소’**로 기능합니다.

       

      그래서 진전사지는 단순히 석탑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한 시대의 신앙, 건축, 예술, 그리고 잊힌 사찰의 흔적을 조용히 되새기는 공간으로 의미가 큽니다.

       

       

       

      관람 팁과 실용 정보

      위치: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손양면 진전 사귈 25 일대

      주차: 유물전시관 앞 공터에 무료 주차 가능

      관람 시간: 전시관은 9:00~18:00 / 석탑 야외 관람은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관람 팁: 아침 시간대 방문 시 햇살 각도가 좋아 석탑 사진 촬영에 최적 / 비 오는 날 방문도 분위기 있음

      인근 연계 코스: 낙산사, 양양 낙산 해수욕장, 설악산 자락의 사찰들

      특별한 팁: 석탑 뒤편의 작은 언덕에 오르면 주변 들판과 탑의 조화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음

       

      양양 진전사지 석탑과 유물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