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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의 신비로운 마이산, 그 품 안에 숨겨진 탑사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에 위치한 **마이산(馬耳山)**은 말귀를 닮은 독특한 형상으로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이라 불려 왔습니다. 동서로 솟은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 첩첩 바위 계곡의 깊은 품 안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100여 개가 넘는 돌탑으로 가득한 ‘탑사(塔寺)’**는 그 어떤 절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자적인 미감을 품고 있으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집념의 예술이자 신앙의 결정체입니다. 이 독특한 사찰은 현대 건축기술 없이 모두 맨손으로 쌓아 올린 결과물로, 처음 마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이로움과 의문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정성만으로 이룬 기적의 석탑 군락
탑사는 **이갑용 거사(1860~1957)**가 30여 년에 걸쳐 쌓은 108개의 석탑 군락으로 유명합니다.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격동의 시기를 살았던 그는 세속에서 떠나 신앙적 삶을 택하고, 신비로운 마이산의 암석지대를 수행처로 삼았습니다. 그는 건축지식도 기계도 없이, 단지 돌을 나르고 쌓기를 반복하며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의 탑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대부분의 탑은 모르타르나 시멘트를 쓰지 않고 중력과 균형만으로 세워져 있어, 풍수지리의 조화와 내면적 정성이 그대로 반영된 비정형적 종교 건축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돌탑 하나하나에 깃든 의미와 상징
탑사에는 각 탑마다 고유한 이름과 상징이 존재합니다. ‘천지탑’, ‘칠성탑’, ‘삼천불탑’, ‘하늘 닿는 탑’ 등은 모두 이갑용 거사의 신앙관을 바탕으로 세워진 구조물입니다. 단순히 불교적 의미를 넘어 천지자연과 우주의 질서, 인간의 수양과 해탈에 이르는 길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종합 상징체계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높고 정교한 천지탑은 13.5m에 달하며, 거센 바람과 폭우에도 무너지지 않아 **‘신이 지켜주는 탑’**이라 불립니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달라지며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이들 돌탑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하나의 살아 있는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탑사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
탑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경건함과 동시에 강한 정신적 울림을 경험하게 됩니다. 매년 수천 명의 참배객과 여행자가 이 탑들을 보기 위해 찾으며, 특히 명상, 힐링, 영적 성찰을 위한 장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체 여행보다는 개인 혹은 가족 단위의 조용한 방문이 어울리는 공간이며, 맑은 날의 탑사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여름에는 마이산 폭포와 계곡이 청량한 분위기를 더하고, 겨울엔 눈 덮인 탑사 전경이 신비로움을 배가시킵니다.
한국적 신앙미학의 결정체
탑사는 전통적인 사찰 건축의 양식과는 다릅니다. 법당, 대웅전, 종각 등 정형화된 공간 대신, 자연의 형상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돌과 하늘, 인간의 의지가 하나가 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탑사는 ‘신앙적 조형미’와 ‘민간 불교의 자생력’을 동시에 상징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 불교의 다양성과 내면적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며, 동시에 한국의 종교문화가 자연과 얼마나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증명하는 현장입니다. 그 어떤 장엄한 사찰보다도 진정한 ‘수행의 공간’이라는 평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탑사 관람 팁 –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
탑사를 방문할 때는 마이산도립공원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도보로 20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여정 중에는 마이산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만드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고, 길목 곳곳에 다양한 바위 형상과 기암괴석이 눈길을 끕니다. 입장 전에는 간단한 복장과 편한 신발이 필수이며, 겨울철에는 아이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탑사 내부는 조용히 감상하며, 탑을 만지거나 기대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탑사 입장료는 무료이나, 자율 기부함이 마련되어 있어 많은 방문객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부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오전 시간대에 방문하면 더욱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합니다.
신앙과 인간의 의지, 그 만남의 현장
진안 마이산 탑사는 한 사람의 집념과 신념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공간입니다. 단지 보기 드문 돌탑의 풍경이 아니라, 신앙과 자연, 인간의 의지가 절묘하게 맞물려 탄생한 한국적 정신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탑사에 서 있으면 세속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되는 힘이 있으며, 이것이 곧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장소로 남는 이유일 것입니다. 관람을 마친 후, 마이산의 기암괴석과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이 세계와 나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탑사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영혼의 쉼터로서의 의미를 지닌 성소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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