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jiansun 님의 블로그

gmjiansun의 문화유산이야기.

  • 2025. 7. 12.

    by. gmjiansun

    목차

       

       

      삼국유사의 고향, 인각사를 찾아서

       

      경상북도 군위군 고로면 화수리에 위치한 **인각사(麟角寺)**는 단순한 고찰이 아니라, 한국 문화사와 정신사의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삼국유사의 산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절은 고려 고종 40년(1253년), 충렬왕의 지원 아래 대대적으로 중창되었으며, 일연대사가 삼국유사를 집필하며 머물렀던 공간으로 특히 주목받습니다. 인각사라는 이름은 ‘기린의 뿔’이라는 뜻으로, 신령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자리라는 전설적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걷다 보면 곳곳에서 천년의 시간과 전통의 숨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유구한 문화적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계절마다 변하는 풍광도 매력적이며, 특히 단풍이 붉게 물드는 가을에는 사찰 전경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일연대사, 승려이자 역사학자

       

      **일연대사(一然大師, 1206~1289)**는 고려 후기의 고승이자, 우리 역사와 정체성을 재구성한 대표적 지식인입니다. 속명은 김견명(金見明)으로, 예천 출신이며 13세에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보림사에서 출가하여 불교의 심오한 교리를 익혔습니다. 이후 여러 사찰에서 수행과 강학을 거쳐 고려 왕실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아, **국사(國師)**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고려가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시기에 민족의 자주성과 정체성 회복을 위해 불교적 사관과 신화적 서사를 적극 활용하였으며, 이는 『삼국유사』를 통해 명확히 드러납니다. 단지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으로서의 역사 편찬을 지향한 그의 시도는 한국 고대사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삼국유사』, 잊힌 역사를 되살리다

       

      『삼국유사(三國遺事)』는 고려 충렬왕 7년(1281년) 경에 편찬된 역사서로, 『삼국사기』와는 대조적으로 불교 중심의 민간신앙과 신화를 집대성한 문화사적 걸작입니다. 총 5권 9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군신화를 포함해 연오랑과 세오녀, 주몽신화, 미륵신앙, 가야국의 건국 설화 등 삼국 이전의 고대국가 이야기까지 포괄하며 한민족의 시원 의식을 되살렸습니다. 특히 정통사관에 배제되었던 여성 영웅, 신성한 존재, 사찰 창건 이야기 등 소외된 목소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납니다. 이 책은 후대의 역사·문학·민속학 연구에 있어 필수적인 자료로 평가받으며, 현대에도 다양한 콘텐츠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 무대였던 인각사는 곧 민족 서사의 원형이 태동한 역사적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 방문자여권 연계코스 군위 인각사

      인각사, 유적과 문화재로 남은 발자취

       

      인각사에는 현재도 일연대사의 숨결이 담긴 유적과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산인 **일연대사 부도(보물 제222호)**는 13세기 고려 석조예술의 절정을 보여주며, 팔각 원당형의 형식미와 조각기법이 탁월한 작품입니다. 또한 절 경내에는 고려 시대의 오 층 석탑, 석등, 삼국유사비가 자리 잡고 있어 사찰 전체가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부도탑이 위치한 뒤편 산자락에는 일연이 명상을 하며 삼국유사의 원고를 다듬었다는 수행처가 전해지며, 방문객에게 깊은 감흥을 줍니다. 이 외에도 인각사에는 삼국유사 목판, 경전류, 유물전시공간 등이 잘 정비되어 있어 불교문화와 한국사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돕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관광과 수행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와 함께 걷는 여행 – 문화유산 방문자여권 연계 코스

       

       인각사는 역사 애호가와 가족 단위 여행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탐방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각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추천 코스는 ‘인각사 참배 → 일연대사 부도 관람 → 삼국유사 교육문화회관 → 화산 고분군 답사 → 군위 삼국유사 테마파크’로 이어지며, 역사적 체험과 힐링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루트입니다. 특히 삼국유사 교육문화회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인터랙티브 전시가 마련되어 있어 교육 효과도 큽니다. 여행 중에는 인근의 군위 전통시장이나 특산물 판매장을 들러 지역 농산물을 체험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삼국유사를 한 권의 책으로만 기억하기보다, 걸으며 느끼고 보고 체험하는 여행의 테마로 확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